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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작은약속,조그만하늘,좀좀좀좀,종소리,지층-시체놀이) 작은 약속 - 노원호 봄은 땅과 약속을 했다. 나무와도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싹을 틔웠다. 작은 열매를 위해 바람과 햇빛과도 손을 잡았다. 비오는 날은 빗방울과도 약속을 했다. 엄마가 내게 준 작은 약속처럼 뿌리까지 빗물이 스며들었다. --------------------------------------------------- 조그만 하늘 - 강소천 들국화 필 무렵에 가득 담갔던 김치를 아카시아 필 무렵에 다 먹어버렸다. 움 속에 묻었던 이 빈 독을 엄마와 누나가 맞들어 소나기 잘 내리는 마당 한복판에 들어내 놓았다. 아무나 알아맞춰 보아라. 이 빈 독에 언제 누가 무엇을 가득 채워주었겠나. 그렇단다. 이른 저녁마다 내리는 소나기가 하늘을 가득 채워주었단다. 동그랗고 조그만 이 하늘에도..
좋은시(여름밤하늘,여름열매,여름의땅,연필과지우개,옹달샘,우리그냥사랑하게해주세요) 여름 밤하늘 - 동요아저씨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네요.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깊은밤 숨바꼭질 놀이 구름 뒤로 꼭꼭 숨었을까요? 무더운 여름밤 견디기 힘들어 차가운 계곡과 파도치는 시원한 바다로 모두 떠났을까요? 모두 어디에 있을까요? 어서 빨리 돌아와 검푸른 밤하늘에 예쁜 수정 목걸이를 걸어주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 여름열매 - 이영지 파랗다 잎 곁에서 파랗다 더 파랗다 여름이 더운 여름 묶느라 한데 얼려 약간은 싱거우면서 떫은 맛이 파랗다 파랗다 잎을 닮아 파랗다 더 파랗다 여름이 익는 여름 묶느라 한데 묶여 약간은 못난 듯하며 열매값이 파랗다 파랗다 여름 닮아 파랗다 꼭 파랗다 긴여름 더위라도 잊느라 더 파랗다 약간은 기다..
좋은시(아기와나비,아무리숨었어도,알코올램프,여름) 아기와 나비 - 강소천 아기는 술래 나비야, 날아라. 조그만 꼬까신이 아장아장 나비를 쫓아가면 나비는 훠얼훨 "요걸 못 잡아?" 아기는 숨이 차서 풀밭에 그만 주저앉는다. "아기야, 내가 나비를 잡아줄까?" 길섶의 민들레가 방긋 웃는다. --------------------------------------------- 아무리 숨었어도 - 한혜영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햇살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땅속 깊이 꼭꼭 숨은 암만 작은 씨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꽃 방실방실 피워낼걸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바람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나뭇가지 깊은 곳에 꼭꼭 숨은 잎새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잎새 파릇파릇 피워낼걸 -------------------------------------- 알코올램프 - ..
좋은시(새벽종,새와나무, 새하얀밤,서로가) 새벽종 - 강소천 아름다운 새벽종 소리가 내 귓가에 날아와 앉는다. 민들레씨가 바람에 흩날리듯 종소리는 종 속에서 마악 쏟아져온다. 종소리는 맑은 공기를 타고 훨훨 날아 마을로 집으로 찾아든다. 종소리는 문틈을 새어 방 안으로 들어와 앉을 자리를 찾아본다. 일찍이 잠이 깬 아이들의 귓가에만 아름다운 종소리는 날아와 앉는대요. --------------------------------------------- 새와 나무 - 이준관 새는 나무가 좋다. 잎 피면 잎 구경 꽃 피면 꽃 구경 새는 나무가 좋다. 열매 열면 열매 구경 단풍 들면 단풍 구경 새는 나무가 좋아 쉴 새 없이 나무에서 노래부른다. 새는 나무가 좋아 쉴 새 없이 가지 사이를 날아다닌다. -------------------------------..
좋은시(봄,봄시내, 비오는날, 빛,사슴뿔, 산유화) 봄 - 김광섭 나무에 새싹이 돋는 것을 어떻게 알고 새들은 먼 하늘에서 날아올까 물에 꽃봉우리 진 것을 어떻게 알고 나비는 저승에서 펄펄 날아올까 아가씨 창인 줄은 또 어떻게 알고 고양이는 울타리에서 저렇게 올까 -------------------------------------------- 봄 시내 - 이원수 마알가니 흐르는 시냇물에 발벗고 찰방찰방 들어가 놀자. 조약돌 흰 모래 발을 간질이고 잔등엔 햇볕이 따스도 하다. 송사리 쫓는 마알간 물에 꽃이파리 하나 둘 떠내려온다. 어디서 복사꽃 피었나 보다. ----------------------------------------------- 비오는 날 - 김용택 하루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종일 나무가 서 있고 하루종일 산이 서 있고 하루종일 옥수수가 서 ..
좋은시(발자국,버들피리,벙어리장갑,보름달,보슬비의속삭임) 발자국 - 작자미상 눈 위를 가면 발자국이 따라와요 내가 길을 잃을까봐 졸졸 따라와요 눈 위를 가면 발자국이 졸졸 따라와요 ----------------------------------------------- 버들피리 - 강소천 아버지가 밭갈이하시는 시냇가 언덕에 나는 동생과 나란히 앉아 버들피리를 불었지요. 삘릴리 삘릴리 버들피리를 불었지요. "이랴 낄낄, 이랴 낄낄." 소 몰아 밭 가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우리들이 부는 버들피리 속에 한데 어울려 곱다랗게 곱다랗게 들려옵니다. 졸졸졸 속삭이는 시냇물 소리도, 음매애 음매 송아지 찾는 엄마소의 목소리도, 우리가 부는 버들피리 속에 한데 어울려 정답게 정답게 들려옵니다. ------------------------------------------- 벙어리장..
좋은시(달팽이,닭,먼후일, 민들레, 바다로가자, 바람) 달팽이 - 김종상 학교 가는 길가에 달팽이 한 마리 기다란 목을 빼고 느릿느릿 걸어간다. 어디로 가는 걸까, 조그만 집을 업고. ---------------------------------------- 닭 - 강소천 물 한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또 한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 먼 후일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민들레 - 강소천 길가의 민들레도 노랑 ..
좋은시(눈내리는밤,늙은잠자리,님의노래,단풍,달, 달밤) 눈 내리는 밤 - 강소천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누나도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 늙은 잠자리 - 방정환 수수나무 마나님 좋은 마나님 오늘 저녁 하루만 재워주셔요 아니 아니 안돼요 무서워서요 당신 눈이 무서워 못재웁니다 잠잘 곳이 없어서 늙은 잠자리 바지랑대 갈퀴에 혼자 앉아서 추운 바람 서러워 한숨 짓는데 감나무 마른 잎이 떨어집니다 -------------------------------------- 님의 노래 -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