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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봄,봄시내, 비오는날, 빛,사슴뿔, 산유화)

봄 - 김광섭

 

나무에 새싹이 돋는 것을
어떻게 알고
새들은 먼 하늘에서 날아올까


물에 꽃봉우리 진 것을
어떻게 알고
나비는 저승에서 펄펄 날아올까


아가씨 창인 줄은
또 어떻게 알고
고양이는 울타리에서 저렇게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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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시내 - 이원수


마알가니 흐르는 시냇물에
발벗고 찰방찰방 들어가 놀자.


조약돌 흰 모래 발을 간질이고
잔등엔 햇볕이 따스도 하다.


송사리 쫓는 마알간 물에
꽃이파리 하나 둘 떠내려온다.
어디서 복사꽃 피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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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 김용택

 

하루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종일 나무가 서 있고
하루종일 산이 서 있고
하루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

 

하루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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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 정유진


나는 항상 직진
아무도 말리지 못해요.


나는 항상 일방통행
아무도 날 막지 못해요.


때론 오목이가 와서
우리 사이를 벌려놓아도


때론 볼록이가 와서
우리 사이를 모아놓아도


요것들아
그래도
나는 항상 직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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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뿔 - 강소천

 

사슴아, 사슴아!
네 뿔은 언제 싹이 트니?


사슴아, 사슴아!
네 뿔은 언제 꽃이 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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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화(山有花) -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