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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아기와나비,아무리숨었어도,알코올램프,여름)

아기와 나비 - 강소천

 

아기는 술래
나비야, 날아라.


조그만 꼬까신이 아장아장
나비를 쫓아가면


나비는 훠얼훨
"요걸 못 잡아?"


아기는 숨이 차서
풀밭에 그만 주저앉는다.


"아기야,
내가 나비를 잡아줄까?"


길섶의 민들레가
방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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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숨었어도 - 한혜영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햇살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땅속 깊이 꼭꼭 숨은
암만 작은 씨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꽃
방실방실 피워낼걸


아무리 숨었어도
이 봄바람은
반드시 너를 찾고야 말걸
나뭇가지 깊은 곳에
꼭꼭 숨은 잎새라 해도
찾아내
꼭 저를 닮은 잎새
파릇파릇 피워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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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램프 - 김경옥


팔? 없어요.
다리? 없어요.
그래도 넘어지지 않아요.
넓고 둥근 엉덩이가 받쳐주니까요.


혼자서는 심심해.
삼발이와 같이 놀고
모래상자랑도 같이 놀고
점화기는 떼어놓을 수 없는 친구예요.


점화기가 머리를 스치면
보일듯 말듯 아름다운 파란 꽃이 피어나요.
이쁘다고 만지지 말아요. 무지무지 뜨거워요.
검은 모자를 씌워주세요.
한번, 아니아니 꼭 두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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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 정윤목


여름 사르락
흰 눈처럼 빛나던 빛
간 데 없고
흐려지는 안개비
소스락
강 만들 때


아이들
천방지축 뛰어놀고
땀방울
기쁜 열기


여름빛
쨍쨍하지만은,
우수의 습기 가득할 때
그리움 더욱 간절하여지고
희망조차 옅어지며
하나의 이름,
묻어둘 때
새들의 노래
풀들의 소리
끊임없는 파도
마음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