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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발자국,버들피리,벙어리장갑,보름달,보슬비의속삭임)

발자국 - 작자미상


눈 위를 가면
발자국이 따라와요


내가 길을 잃을까봐
졸졸 따라와요


눈 위를 가면
발자국이 졸졸 따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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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피리 - 강소천

 

아버지가 밭갈이하시는 시냇가 언덕에
나는 동생과 나란히 앉아
버들피리를 불었지요.
삘릴리 삘릴리
버들피리를 불었지요.


"이랴 낄낄, 이랴 낄낄."
소 몰아 밭 가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우리들이 부는 버들피리 속에 한데 어울려
곱다랗게 곱다랗게 들려옵니다.


졸졸졸 속삭이는 시냇물 소리도,
음매애 음매
송아지 찾는 엄마소의 목소리도,
우리가 부는 버들피리 속에 한데 어울려
정답게 정답게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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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장갑 - 신형건


나란히 어깨를 기댄 네 손가락이 말했지.
우린 함께 있어서 따뜻하단다.
너도 이리 오렴!


따로 오똑 선 엄지손가락이 대답했지.
혼자 있어도 난 외롭지 않아.
내 자리를 꼭 지켜야 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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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 이종문

 

밤마다 밤마다

잠도 못 잤는데

어쩌면 포동포동

살이 쪘을까?

 

날마다 날마다

햇볕도 못 쬐었는데

어쩌면 토실토실

여물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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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의 속삭임 - 강소천

 

나는 나는 갈 테야, 연못으로 갈 테야.
동그라미 그리러 연못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꽃밭으로 갈 테야.
꽃봉오리 만지러 꽃밭으로 갈 테야.


나는 나는 갈 테야 풀밭으로 갈 테야.
파란 손이 그리워 풀밭으로 갈 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