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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눈내리는밤,늙은잠자리,님의노래,단풍,달, 달밤)

눈 내리는 밤 - 강소천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누나도 잠이 들고
엄마도 잠이 들고

말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나는 나하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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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잠자리 - 방정환

 

수수나무 마나님 좋은 마나님
오늘 저녁 하루만 재워주셔요
아니 아니 안돼요 무서워서요
당신 눈이 무서워 못재웁니다

 

잠잘 곳이 없어서 늙은 잠자리
바지랑대 갈퀴에 혼자 앉아서
추운 바람 서러워 한숨 짓는데
감나무 마른 잎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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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노래 - 김소월

 

그리운 우리 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 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리운 우리 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이도 흔들리는 노랫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 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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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 김종상


빨갛게 익어가는 감을 닮아서
잎사귀도 빨갛게 물이 들었네.
감나무에 떨어진 아침 이슬은
감잎에 담겨서 빨강 물방울.


샛노란 은행잎이 달린 가지에
잎사귀도 노랗게 잘도 익었네.
은행나무 밑으로 흐르는 냇물
은행잎이 잠겨서 노랑 시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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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 이원수

 

너도 보이지.

오리나무 잎사귀에 흩어져 앉아

바람에 몸 흔들며 춤추는 달아.

 

너도 들리지.

시냇물에 반짝반짝 은부스러기

흘러가며 조잘거리는 달의 노래가.

 

그래도 그래도

너는 모른다.

둥그런 저 달을 온통 네 품에

안겨주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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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 박용열


달밤
달이 밝아서


연잎 위에
청개구리


"퐁당"
달 따러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