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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나무야나무야, 나무와나, 나비,냇물,노랑나비,노래하는봄)

나무야, 나무야! - 박예분


너무 슬퍼하지마!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렴,

 

뒷목 따갑게
햇살 내리쬐는 여름날
누군가
네 그늘에 앉아
한숨 쉬어간 적 없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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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나 - 강소천

 

나무들은 제 나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한 살씩 나이를 먹을 때마다
동그라미를 그려둔대요.


나는 동그라미를 그리는 대신
일기장 하나씩을 남겨놓지요.


그 일기장엔
날마다 지낸 그대로의 이야기가
죄다 적혀 있어요.
커서 읽어보면 부끄러울 이야기
뉘우칠 이야기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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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 이준관

 

들길 위에 혼자 앉은

민들레

그 옆에 또 혼자 앉은

제비꽃

그것은 디딤돌

 

나비 혼자

딛고 가는

봄의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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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 - 유성윤


모래알 따라가는
냇물 속에는
싱그러운 풀잎도
춤을 추지요.


잠자리 따라가는
냇물 위에는
청개구리 누워서
여행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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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나비 - 김영일

 

나비

나비

노랑나비

꽃잎에

한잠 자고.

 

나비

나비

노랑나비

소뿔에서

한잠 자고.

 

나비

나비

노랑나비

길손 따라

훨훨 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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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봄 - 강소천

 

아지랑이 아롱아롱 푸른 벌판을
꽃보라 흩날리며 오는 꽃수레
실로폰에 플롯에 온갖 새소리
비리비리 종종종 비리비리종
지지배배 꾀꼴꼴 지리지리지
나비들도 너울너울 뒤따라온다.


예쁜 꽃들 방실방실 웃는 벌판을
흥겨운 목동들의 피리소리에
나물 캐던 아가씨 노래부르네.
니나니나 삘릴리 니나니나니
오아오아 삘릴리 오아오아오
수양버들 너울너울 종일 춤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