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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겨울들판,겨울밤,겨울이야기,귀뚜라미)

겨울 들판 - 이상교

겨울 들판이
텅 비었다.

들판이 쉬는 중이다.
풀들도 쉰다.
나무들도 쉬는 중이다.

햇볕도 느릿느릿 내려와 쉬는 중이다.

 

 

겨울밤 - 강소천

 

바람이 솨아솨아솨아 부는 밤
문풍지가 부웅붕 우는 밤
겨울밤 추운 밤.


우리는 화롯가에 모여앉아
감자를 구워먹으며 옛날 얘기를 합니다.


언니는 호랑이 이야기
누나는 공주 이야기
나는 오늘밤도 토끼 이야기.


감자를 두 번씩이나 구워먹고 나도
우리는 잠이 안 옵니다.
겨울밤은 길고 깁니다.


우리는 콩을 볶아 먹습니다.
강냉이를 튀겨 먹습니다.
그래도 겨울밤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겨울 이야기 - 이상현

 

겨울은
아이들 때문에 찾아온다.

알밤처럼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목소리.

딱 벌어진
가슴으로,
눈싸움하는
개구쟁이들이 좋아

겨울은
언제나 눈송이를 터뜨린다.

불꽃처럼
사방에서 터뜨리는
그 눈밭에서

아이들은
날마다 깔깔대며 자란다.

제 키보다
큰 눈사람 만들 때,
제 몸무게보다
더 무거운
그 겨울을 혼자서 굴릴 때

아이들은
부쩍부쩍 자란다.

 

 

귀뚜라미 - 방정환

 

귀뚜라미 귀뜨르르

가느단 소리

달님도 추워서

파랗습니다.

 

울밑에 과꽃이

네 밤만 자면

눈 오는 겨울이

찾아온다고

 

귀뚜라미 귀뜨르르

가느단 소리

달밤에 오동잎이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