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겨울밤, 겨울들판, 겨울,개울물소리,개구리밥)

개구리밥 - 김륭

 

개구리밥은 먹지 못한다는 걸
이젠 알아요
개굴개굴 개구리들이
밤새도록 볶아요
프라이팬에 식은 밥 볶듯 개구리들이
무논 가득 울음을 볶아요
지글지글 달빛이 끓어올라요
와글와글 별빛이 눌어붙어요
자장면이나 짬뽕은 싫은가 봐요
볶음밥이 입맛에 맞나 봐요
개구리들이 달달
울음을 볶아요

--------------------------------------

 

개울물 소리 - 석용원

 

비 내리면

산 부풀고

산 부풀면

개울물 넘친다.

 

비 내리면 산자락

빗소리 모았다가

 

비 그친 골짜기

개울물 소리로 흘러흐른다.

 

-----------------------------------

겨울 - 윤동주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어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램이
말랑말랑
얼어요.

------------------------------------

 

겨울 들판 - 이상교

겨울 들판이
텅 비었다.

들판이 쉬는 중이다.
풀들도 쉰다.
나무들도 쉬는 중이다.

햇볕도 느릿느릿 내려와 쉬는 중이다.

 

-----------------------------------------------

겨울밤 - 강소천

 

바람이 솨아솨아솨아 부는 밤
문풍지가 부웅붕 우는 밤
겨울밤 추운 밤.


우리는 화롯가에 모여앉아
감자를 구워먹으며 옛날 얘기를 합니다.


언니는 호랑이 이야기
누나는 공주 이야기
나는 오늘밤도 토끼 이야기.


감자를 두 번씩이나 구워먹고 나도
우리는 잠이 안 옵니다.
겨울밤은 길고 깁니다.


우리는 콩을 볶아 먹습니다.
강냉이를 튀겨 먹습니다.
그래도 겨울밤은 아직도 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