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 -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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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김지하
어지럼증을 앓는 어머니 앞에
그저 막막하더니
집을 나서는데
다 시든 낙엽을 밟으니
발바닥이 도리어 살갑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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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정호승
하늘다람쥐 한 마리
가을 산길 위에 죽어있다
도토리나무 열매 하나
햇살에 몸을 뒤척이며 누워있고
가랑잎나비 한 마리
가랑잎 위에 앉아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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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조병화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 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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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 - 강소천
아람도 안 벌은 밤을 따려고
밤나무 가지를 흔들다 못해,
바람은 마을로 내려왔지요.
싸릿가지 끝에 앉은 아기잠자릴
못 견디게 놀려주다 그도 싫어서,
가을바람은 앞벌로 내달렸지요.
고개 숙인 벼이삭을 마구 디디고
언덕빼기 조밭으로 올라가다가,
낮잠 자는 허수아빌 만났습니다.
새 모는 아이 눈을 피해가면서
조이삭 막 까먹는 참새떼 보고,
바람은 그만그만 성이 났지요.
저놈의 허수아비, 새는 안 쫓고
어째서 낮잠만 자고 있느냐?
후여후여 팔 벌리고 새를 쫓아라.
가을바람에 허수아비는 정신차렸다.
두 팔을 내저으며 새를 쫓는다.
새들이 무서워서 막 달아난다.
가을바람 오늘은 좋은 일 하고
마음이 기뻐서 막 돌아갑니다.
머리를 내두르며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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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 - 윤석중
문틈에서
드르렁드르렁
"거, 누구요?"
"문풍지예요."
창밖에서
바스락바스락
"거, 누구요?"
"가랑잎예요."
문구멍으로
기웃기웃.
"거, 누구요?"
"달빛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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