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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귀뚜라미우는밤,그리운언덕,그림자와나,그해여름밤)

귀뚜라미 우는 밤 - 강소천

 

귀뚜라미가 또르르 우는 달밤엔
멀리 떠나간 동무가 그리워져요.
정답게 손잡고 뛰놀던 내 동무
그곳에도 지금 귀뚜린 울고 있을까?


귀뚜라미가 또르르 우는 달밤엔
만나고 싶은 동무께 편지나 쓸까.
즐겁게 뛰놀던 지난날 이야기
그 동무도 지금 내 생각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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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우는 밤 - 김영일

또로 또로 또로
귀뚜라미 우는밤

가만히 책을 보면
책속에 귀뚜라미 들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귀뚜라미 소리만 듣는다

또로 또로 또로
멀리멀리 동무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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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언덕 - 강소천

 

내 고향 가고 싶다 그리운 언덕
동무들과 함께 올라 뛰놀던 언덕.


오늘도 그 동무들 언덕에 올라
메아리 부르겠지, 나를 찾겠지.


내 고향 언제 가나 그리운 언덕
옛 동무들 보고 싶다, 뛰놀던 언덕.


오늘도 흰구름은 산을 넘는데
메아리 불러본다, 나만 혼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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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와 나 - 강소천

 

보름밤 앞마당에
그림자와 나는 심심하다.


그림자도 우두커니 섰고
나도 우두커니 섰고.


그림자는 귀먹은 벙어린 게다.
말을 걸어도 대답이 없다.


보름밤 앞마당에서
나는 그림자와 술래잡기를 하자고 했다.


그림자도 그게 좋단다.
그럼 술래를 정하자고 했다.


그림자도 술래가 되기 싫단다.
내가 술래가 되기 싫다니까


그림자가 얼른 손을 내민다.
내가 그럼 가위바위보를 하자니까


- 그림자가 주먹을 내고
- 내가 '바위'를 내고


아무도 이긴 사람은 없다.
아무도 진 사람은 없다.


그림자가 또다시 가위바위보를 하잔다.
내가 그럼 또다시 가위바위보를 하자니까


- 이번엔 그림자가 손을 펴내고
- 이번엔 내가 '보'를 내고


또 아무도 이긴 사람은 없다.
또 아무도 진 사람은 없다.


보름밤 앞마당에
그림자와 나는 답답하다.


- 장에 간 엄마는 아직 안 돌아오고
- 여기서 저기서 개들은 짖고


그림자는 겁쟁인 게다.
나두 어쩐지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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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밤 - 박인걸


쏟아지는 별빛을 물결에 싣고
밤새도록 지줄대며 흐른 냇물아
반디불이 깜박이던 한여름밤
불협화음에도 정겹던 풀벌레 노래
소나무숲 방금 지나온 바람
가슴까지 닦아내는 고마운 길손
왕거미 집 짓던 처마 밑에서
꿈길을 거닐던 하얀 바둑이
희미한 초승달 별 숲에 갇혀
밤새 노 젓다 지친 나그네
산새도 깊이 잠든 검은 숲 위로
더러는 길 잃은 운석의 행렬
수줍어 한밤에 고개를 들고
밭둑에 피어나는 달맞이꽃아
적막에 잠든 고향 마을에
은하수 따라 흐르던 그리움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 너머로
꿈길에 더러 거니는 그해 여름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