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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달팽이,닭,먼후일, 민들레, 바다로가자, 바람)

달팽이 - 김종상

 

학교 가는 길가에

달팽이 한 마리

 

기다란 목을 빼고

느릿느릿 걸어간다.

 

어디로 가는 걸까,

조그만 집을 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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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 강소천

 

물 한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또 한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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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후일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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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 강소천


길가의 민들레도 노랑 저고리,
첫돌맞이 울 아기도 노랑 저고리.
민들레야 방실방실 웃어보아라,
아가야 방실방실 웃어보아라.


길가의 민들레도 노랑 저고리,
첫돌맞이 울 아기도 노랑 저고리.
아가야 아장아장 걸어보아라,
민들레야 아장아장 걸어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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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자 - 강소천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갈매기 오라 손짓하는 바다로 가자.


푸른 물결 속에 첨벙 뛰어들어
물고기처럼 헤엄치다,


지치면 모래밭에 나와 앉아
쟁글쟁글 햇볕에 모래성을 쌓자.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한 바다로 가자.


한창 더위로 꼼짝 못하는
여름 한철은 바다에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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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 강소천


- 얘, 넌 오늘
어디 가 뭘 했니?


- 나? 길거리에서
바람개비 돌렸지.


- 그래, 넌 오늘
어디 가 뭘 했니?


- 난 오늘 공중에서
연 올렸지.


- 얘, 오늘 밤엔
너 뭐 할테냐?


- 난, 숲속에 들어가
소롯이 자야겠다.


- 나두 일찍이
자야겠다.


- 아아 고단하다.
- 아아 다리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