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약속 - 노원호
봄은 땅과 약속을 했다.
나무와도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싹을 틔웠다.
작은 열매를 위해
바람과 햇빛과도 손을 잡았다.
비오는 날은
빗방울과도 약속을 했다.
엄마가 내게 준 작은 약속처럼
뿌리까지 빗물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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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하늘 - 강소천
들국화 필 무렵에 가득 담갔던 김치를
아카시아 필 무렵에 다 먹어버렸다.
움 속에 묻었던 이 빈 독을
엄마와 누나가 맞들어
소나기 잘 내리는 마당 한복판에 들어내 놓았다.
아무나 알아맞춰 보아라.
이 빈 독에 언제 누가 무엇을
가득 채워주었겠나.
그렇단다.
이른 저녁마다 내리는 소나기가
하늘을 가득 채워주었단다.
동그랗고 조그만 이 하늘에도
제법 고오운 구름이 잘도 떠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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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좀좀좀 - 한상순
잠 좀 자라
공부 좀 해라
내방청소 좀 해라
제발,
뛰지 좀 마라
게임 좀 그만해라
텔래비전 좀 그만봐라
군것질 좀 그만해라
엄마 잔소리 속에
꼭 끼어드는
좀좀좀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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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 강소천
아름다운 종소리가 새벽 종소리가
날아와 앉는다 내 귓가에.
민들레 꽃씨가 바람에 흩날리듯
종 속에서 쏟아지는 새벽 종소리
뗑 뗑 뗑 뗑.
아름다운 종소리는 새벽 종소리는
마을로 집으로 찾아든다.
일찍이 잠이 깬 아이들의 귓가에만
날아와 앉는대요 새벽 종소리
뗑 뗑 뗑 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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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층 - 시체놀이 - 조미정
가위! 바위! 보!
맨 꼴찌인 수정이는 맨 밑에 눕고,
그 다음으로 진 민정이는
수정이 위에,
그 다음으로 진 현지는
민정이 위에,
일등인 혜정이는
현지 위에,
혜정이가 부러운 수정이,
수정이는 혜정이보다 더 한참을 누워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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