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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여름밤하늘,여름열매,여름의땅,연필과지우개,옹달샘,우리그냥사랑하게해주세요)

여름 밤하늘 - 동요아저씨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네요.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깊은밤 숨바꼭질 놀이
구름 뒤로 꼭꼭 숨었을까요?

무더운 여름밤
견디기 힘들어
차가운 계곡과
파도치는 시원한 바다로
모두 떠났을까요?

 

모두 어디에 있을까요?
어서 빨리 돌아와
검푸른 밤하늘에
예쁜 수정 목걸이를 걸어주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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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열매 - 이영지


파랗다 잎 곁에서 파랗다 더 파랗다
여름이 더운 여름 묶느라 한데 얼려
약간은 싱거우면서 떫은 맛이 파랗다
파랗다 잎을 닮아 파랗다 더 파랗다
여름이 익는 여름 묶느라 한데 묶여
약간은 못난 듯하며 열매값이 파랗다
파랗다 여름 닮아 파랗다 꼭 파랗다
긴여름 더위라도 잊느라 더 파랗다
약간은 기다리느라 발걸음이 파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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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땅 - 차영섭

 

여름엔 땅도 바쁘실 거예요
사람들은 덥다고 물로물로 가는데
땅은 꼭 해야만 할 일이 많거든요
겨울 내내 참고 얼지 않게 붙든 뿌리랑
봄이 오자 사람들이 뿌린 씨앗이랑
봄의 땅이 애써 싹트게 한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자라게 해야 하거든요
좀더 멋있고 튼실하게 키워서
가을에 오는 햇빛이 쏘옥 단물들게 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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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과 지우개 - 안재동


쓰고
지우고
그 위에
다시 쓰고
다시 지우고
연필도 지우개도
닳아 점점 작아지네
그러다 언젠가는 둘 다
누군가에게서 끝내 버림을
받겠네! 애꿎게도 그들의 흔적만
종이에 남겠네! 노인 얼굴의 주름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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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 - 손광세

 

깊고 깊은 산 속에

옹달샘 하나

맑고 맑은 물 속에

파아란 하늘

 

조롱박 하나 가득

물 마시면

입 속으로 들어오는

파아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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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 배은진


날씬날씬 기름양
듬직듬직 워터군
우리는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해선 안 되는 사이


손 한번 잡아보고 싶어요
한번만 안아보고 싶어요
하나되지 못한 마음이
산산이 부서지네요.


너희들의 소원을 들어주마.

비누도사의 마법에
하나된 기름양과 워터군
사랑의 상처도 깨끗이 사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