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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나무야나무야, 나무와나, 나비,냇물,노랑나비,노래하는봄) 나무야, 나무야! - 박예분 너무 슬퍼하지마! 꽃을 피우지 못한다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렴, 뒷목 따갑게 햇살 내리쬐는 여름날 누군가 네 그늘에 앉아 한숨 쉬어간 적 없었니? -------------------------------- 나무와 나 - 강소천 나무들은 제 나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한 살씩 나이를 먹을 때마다 동그라미를 그려둔대요. 나는 동그라미를 그리는 대신 일기장 하나씩을 남겨놓지요. 그 일기장엔 날마다 지낸 그대로의 이야기가 죄다 적혀 있어요. 커서 읽어보면 부끄러울 이야기 뉘우칠 이야기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 나비 - 이준관 들길 위에 혼자 앉은 민들레 그 옆에 또 혼자 앉은 제비꽃 ..
좋은시(꽃밭,꽃밭과순이, 꽃씨, 나무) 꽃밭 - 윤석중 아기가 꽃밭에서 넘어졌습니다. 정강이에 정강이에 새빨간 피. 아기는 으아 울었습니다. 한참 울다 자세히 보니 그건 그건 피가 아니고 새빨간 새빨간 꽃잎이었습니다. -------------------------------------------- 꽃밭과 순이 - 이오덕 분이는 달리아가 제일 곱다고 한다. 경식이는 칸나가 제일이라고 한다. 복수는 백일홍이 아름답단다. 그러나 순이는 아무 말이 없다. 순아, 넌 무슨 꽃이 더 예쁘니? 채송화가 제일 예쁘지? 그래도 순이는 아무 말이 없다.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순이. 순이는 목발로 발 밑을 가리켰다. 꽃밭을 빙 둘러 새끼줄에 매여있는 말뚝 그 말뚝이 살아나 잎을 피우고 있었다. 거꾸로 박혀 생매장당한 포플러 막대기가! --------------..
좋은시(귀뚜라미우는밤,그리운언덕,그림자와나,그해여름밤) 귀뚜라미 우는 밤 - 강소천 귀뚜라미가 또르르 우는 달밤엔 멀리 떠나간 동무가 그리워져요. 정답게 손잡고 뛰놀던 내 동무 그곳에도 지금 귀뚜린 울고 있을까? 귀뚜라미가 또르르 우는 달밤엔 만나고 싶은 동무께 편지나 쓸까. 즐겁게 뛰놀던 지난날 이야기 그 동무도 지금 내 생각하고 있을까? ------------------------------------------ 귀뚜라미 우는 밤 - 김영일 또로 또로 또로 귀뚜라미 우는밤 가만히 책을 보면 책속에 귀뚜라미 들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귀뚜라미 소리만 듣는다 또로 또로 또로 멀리멀리 동무가 생각난다 ------------------------------------- 그리운 언덕 - 강소천 내 고향 가고 싶다 그리운 언덕 동무들과 함께 올라 뛰놀던 언덕. 오늘도 ..
좋은시(겨울들판,겨울밤,겨울이야기,귀뚜라미) 겨울 들판 - 이상교 겨울 들판이 텅 비었다. 들판이 쉬는 중이다. 풀들도 쉰다. 나무들도 쉬는 중이다. 햇볕도 느릿느릿 내려와 쉬는 중이다. 겨울밤 - 강소천 바람이 솨아솨아솨아 부는 밤 문풍지가 부웅붕 우는 밤 겨울밤 추운 밤. 우리는 화롯가에 모여앉아 감자를 구워먹으며 옛날 얘기를 합니다. 언니는 호랑이 이야기 누나는 공주 이야기 나는 오늘밤도 토끼 이야기. 감자를 두 번씩이나 구워먹고 나도 우리는 잠이 안 옵니다. 겨울밤은 길고 깁니다. 우리는 콩을 볶아 먹습니다. 강냉이를 튀겨 먹습니다. 그래도 겨울밤은 아직도 멀었습니다. 겨울 이야기 - 이상현 겨울은 아이들 때문에 찾아온다. 알밤처럼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목소리. 딱 벌어진 가슴으로, 눈싸움하는 개구쟁이들이 좋아 겨울은 언제나 눈송이를 터뜨린다..
좋은시(겨울밤, 겨울들판, 겨울,개울물소리,개구리밥) 개구리밥 - 김륭 개구리밥은 먹지 못한다는 걸 이젠 알아요 개굴개굴 개구리들이 밤새도록 볶아요 프라이팬에 식은 밥 볶듯 개구리들이 무논 가득 울음을 볶아요 지글지글 달빛이 끓어올라요 와글와글 별빛이 눌어붙어요 자장면이나 짬뽕은 싫은가 봐요 볶음밥이 입맛에 맞나 봐요 개구리들이 달달 울음을 볶아요 -------------------------------------- 개울물 소리 - 석용원 비 내리면 산 부풀고 산 부풀면 개울물 넘친다. 비 내리면 산자락 빗소리 모았다가 비 그친 골짜기 개울물 소리로 흘러흐른다. ----------------------------------- 겨울 - 윤동주 처마 밑에 시래기 다래미 바삭바삭 추어요. 길바닥에 말똥 동그램이 말랑말랑 얼어요. ------------------..
좋은 시 (가을밤, 가을바람, 가을, 가는길) 가는 길 -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가을 - 김지하 어지럼증을 앓는 어머니 앞에 그저 막막하더니 집을 나서는데 다 시든 낙엽을 밟으니 발바닥이 도리어 살갑구나. ----------------------------------- 가을 - 정호승 하늘다람쥐 한 마리 가을 산길 위에 죽어있다 도토리나무 열매 하나 햇살에 몸을 뒤척이며 누워있고 가랑잎나비 한 마리 가랑잎 위에 앉아 울고 있다 -----------------------------------..
좋은 시 (음악처럼 비처럼, 빈집, shall we love,가난한 사랑노래) 가난한 사랑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머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Everybody shall we love? 김선우 그러니 우리, 사랑할래요? 딱딱한 도시의 등딱지를 열..
좋은시(엄마걱정, 나의꿈, 가을하늘)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나의 꿈 정호승 돌맹이로 빵을 만든다 흙으로 밥을 짓는다 풀잎으로 반찬을 만든다 강물로 국을 끓인다 함박눈으로 시루떡을 짓는다 노을로 팥빙수를 만든다 이 세상에 배고픈 사람이 아무도 없도록 ---------------------------------- 가을하늘 변종윤 드높은 구름 멀어진 하늘 고추잠자리 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