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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긍정적인밥,너에게묻는다,사랑,말의빛,사랑한다는것으로)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한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따뜻한 밤이 되네 시집 한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 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한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하나 없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사랑 -이정하- 마음과 마음 사이에 무지개가 하나 놓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은 미처 몰랐다. 말의 빛 -이해인-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말 "사..
좋은시(탑 나뭇잎, 천안함, 허공) .(康俊豪) 허공에는 소리가 없다. 다만 허공에 생명이 아닌 무언가가 존재할 뿐이다. 한 낮 시간이 다 되어서야 새는 허공에 몸을 감추고... 없는 허공 소리 없는 장소에 몸을 감춘다. 예상을 하지 못하던 허공의 지진이.. 마치 둥지를 달콤하게 파멸시킬때.. 새들은 다시 소리도 장소도 없는 허공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새를 보는 한 청각 장애인이 말을 한다. 그 한테는 허공에 소리가 없다. 시각으로 허공의 어둠을 두 팔을 벌려 맞이할 뿐이다. 검은 안개 소리없는 허공에 새들의 모습이 감추어질떄 가야만 한다.... 다음날 맑은 바람의 온기와 무의 허공을 향해 가야만 한다. 허공없는마지막까지 새들은 가야만 한다. 혹 검은 안개 자옥할떄. 새들은 이동하여 결국 소리있는 허공에 도달했을..
좋은 시(사막, 너무작은심장,후회) - 오르텅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 - 장 루슬로 작은 바람이 말했다. 내가 자라면 숲을 쓰러뜨려 나무들을 가져다주어야지. 추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빵이 말했다. 내가 자라면 모든 이들의 양식이 되어야지. 배고픈 사람들의. 그러나 그 위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작은 비가 내려 바람을 잠재우고 빵을 녹여 모든 것들의 이전과 같이 되었다네. 가난한 사람들은 춥고 여전히 배가 고프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믿지 않아. 만일 빵이 부족하고 세상이 춥다면 그것은 비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들이 너무 작은 심장을 가졌기 때문이지. --------------------..
좋은 시(한삽의흙,신발론,화살나무) 한 삽의 흙 / 나희덕 밭에 가서 한 삽 깊이 떠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 삽날에 발굴된 낯선 흙빛, 오래 묻혀 있던 돌멩이들이 깨어나고 놀라 흩어지는 벌레들과 사금파리와 마른 뿌리들로 이루어진 말의 지층 빛에 마악 깨어난 세계가 하늘을 향해 봉긋하게 엎드려 있다 묵정밭 같은 내 정수리를 누가 저렇게 한 삽 깊이 떠놓고 가버렸으면 그러면 처음 죄 지은 사람처럼 화들짝 놀란 가슴으로 엎드려 있을 텐데 물기 머금은 말들을 마구 토해낼 텐데 가슴에 오글거리던 벌레들 다 놓아줄 텐데 내 속의 사금파리에 내가 찔려 피 흘릴 텐데 마른 뿌리에 새순을 돋게 할 수는 없어도 한 번도 만져보지 못한 말을 웅얼거릴 수 있을 텐데 오늘의 경작은 깊이 떠놓은 한 삽의 흙 속으로 들어가는 것 --------------------..
좋은 시(벚꽃피는밤, 기도,나보다먼저그대를사랑하겠습니다,나그렇게당신을사랑합니다,사랑이란) 벚꽃 피는 밤 정태현 벚꽃 만개한 날 밤 하늘 가득 달님도 만월인데 완숙한 봄밤의 고요는 깊어가고 잠들면 이대로 좋은 꿈이라도 있을 것 같은 황홀함이 어둠의 적막을 타고 개울마냥 흐를 때 야간열차의 기적소리가 벽창호를 가르듯 긴 여운을 남기면... 아무데도 마음 줄데 없는 나는 어이해 행여나 저 꽃잎 흩날릴까 마음 졸여 온밤을 홀렸네 ------------------------------------------ 기 도 - 김옥진 소유가 아닌 빈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 주어서 비워지는 가슴이게 하소서 지금까지 해왔던 내 사랑에 티끌이 있었다면 용서하시고 앞으로 해나갈 내 사랑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게 하소서 위선보다 진실을 위해 나를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바람에 떨구는..
좋은 시(나목, 산책, 불이켜진창마다) 나목 - 박인걸 자신의 무성함을 뽐내며 거센 바람에 흔들려도 가지 끝의 한 잎까지도 악착같이 붙들고 살더니 입동(立冬)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는구나. 남은 것 하나 없이 발가벗은 몸으로 겨울 한 복판에 선다 해도 적나라한 모습에서 너의 참 모습을 읽는다. 거칠 것 하나 없는 홀가분함 흔들리거나 꺾일 일 없는 자유 숨길 것 하나 없는 자신감 있는 그대로 다가서는 친근함 자연 그대로의 정다움에서 나도 너처럼 나목이 되고 싶다 --------------------------------------------- 산책 - 용혜원 모든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 있다 나만이 걷는다 시계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지치고 힘들고 어지러웠던 일상의 삶을 잠시 떠나는 쉼표의 시간이다 발끝에서 발끝으..
좋은 시 (곽재구) 새벽 편지 -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 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
좋은시(눈보라, 큰 손, 첫눈 오는 날, 참맑은 물살) 눈보라 - 황지우 원효로 처마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는 눈송이 몇 점, 돌아보니 등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 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 사람으로만 있게 하고 눈발을 인 히말라야 소나무숲을 상봉으로 데려가버린다 눈보라여, 오류 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무등산 전경을 뿌옇게 좀먹는 저녁 눈보라여, 나는 벌받으러 이 산에 들어왔다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눈보라, 눈보라 더 추운 데. 아주아주 추운 데를 나에게 남기고 이제는 괴로워하는 것도 저속하여 내 몸통을 뚫고 가는 바람 소리가 짐승 같구나 슬픔은 왜 독인가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뺨 때리는 눈보라 속에서 흩어진 백만 대열을 그리는 나는 죄짓지 않으면 알 수 없는가 가면 뒤에 있는 길은 길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