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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내생활계획표속엔,전자계산기,낙엽,벙어리장갑,우정,콩너는죽었다)

내 생활 계획표 속엔

 

이봉직

 

우리가 어렸을 적엔

한문밖에 배울 게 없었지.

할아버지 말씀.

 

우리가 학교 다닐 땐

영어 잘 하는 친구가

최고 부러웠지.

아버지 말씀.

 

이젠 컴퓨터를 모르면 안 되지

삼촌 말씀.

 

그러나

내 생활 계획표 속엔

어린이 한문교실

어린이 영어교실

어린이 컴퓨터 학원

미술 학원 음악 학원

모두 들어 있다.

 

모르면 바보가 된다고

내 생활 계획쵸 속에

다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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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계산기

 

김 현

 

얼마나 편하니?

살짝 누르기만 하면

알아서 다 해 주는걸.

 

요건 더하고 조건 나누고

마음대로 원하는 대로

우리 마음에도 하나 달까?

 

걱정거리 소수점 문제엔

- 눌러 소수점 떼내고

 

몸에 꽉끼는 마음 치수는

넉넉하게 얼마쯤 +

 

참, 그리고 잊지 마

÷ 자주 누르면서

요것조것 따지기 없기

 

기쁜일, 좋은일엔

× 마구 눌러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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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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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장갑

 

임 정 수

 

다섯이서 같이 살기

너무 좁아서

엄지손가락 혼자

살고 있어요.

 

엄지손가락 혼자

무섭지만

바로 옆의 형들

지켜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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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 정호승

 

내 가슴속에
결코 지워지지 않는 글씨 하나 있다
과수원을 하는 경숙이 집에 놀러갔다가
아기 주먹만한 크기의 배의 가슴에다
머리핀으로 가늘고 조그맣게 쓴 글씨
맑은 햇살에
둥글게 둥글게 배가 커질 때마다
커다랗게 자란 글씨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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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콩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르르 또르르르르
또르르르르 또르르르르
굴러간다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굴러가는 저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쥐구멍으로 또르르르르
쏘옥 쏘옥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