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꽃 필 무렵 / 류미야
쓸쓸한 저녁이야 곧 오고 말 테지만
밤 모르는 아가들 함박웃음
피고
설움도 모르는 오월은
환호작약
꽃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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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류미야
목 늘여도 가는 볕
땅 위엔
은하銀河,
자랑도 구걸도 없이
붉어진 눈시울로
우리도 먼지 이는 길가
저렇게 서서 걸어왔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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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으며 / 류미야
풀고 또 풀어도 엉켜드는 낮꿈의
가닥을 잡아보는
시린 새벽의 의식儀式
너에게
세례를 주노니
잘 더럽히는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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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 / 류미야
하늘이여
오늘도 이 나를
사하소서
양떼 같은 구름 모두
푸른 초장에 먹이시고
그 아래 삿대질하는
사람들 다
품으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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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 류미야
그렇지, 놀음이지
놀음 아닌 무엇이리
더불어 그리는 데
재는 마음 없으니
등 미는 겨울바람도
네게 가는 지름길
저물도록 해도 잊고
꽃 지도록 봄도 잊고
오로지 그 얼굴,
그 얼굴만 꽃이 되는
스무 살 풋마음 아닌 것
감히 사랑도 아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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