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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별,엄마야누나야,하여가, 천년의사랑, 데생)

모든 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머리칼을 지녔는지

난 알고 있다네

그 머리칼에 한 번 영혼을 스친 사람이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되는지도.

 

 

- 곽재구,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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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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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가 이방원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그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 년까지 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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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사랑 - 김현태

 


섣달 그믐달 지고
내 마음의 바다에
그대 얼굴이 또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지

 

즐거운 타인보다는 우울한 나를

 

설탕에 절인 딸기가 가득한 달콤한 단지보다는

 

벌레 먹은 살구가 담긴 낡은 바구니들

 

불쾌하고도 불완전한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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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생 - 김광균

 

향료를 뿌린 듯 곱다한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머언 고가선 위에 밤이 켜진다

 

구름은

보랏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울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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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