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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 (작약꽃필무렵,코스모스,머리를감으며,고해,연애)

작약꽃 필 무렵 / 류미야

쓸쓸한 저녁이야 곧 오고 말 테지만

밤 모르는 아가들 함박웃음

피고

설움도 모르는 오월은

환호작약

꽃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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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류미야

목 늘여도 가는 볕

땅 위엔

은하銀河,

자랑도 구걸도 없이

붉어진 눈시울로

우리도 먼지 이는 길가

저렇게 서서 ​걸어왔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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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으며 / 류미야

풀고 또 풀어도 엉켜드는 낮꿈의

가닥을 잡아보는

시린 새벽의 의식儀式

너에게

세례를 주노니

잘 더럽히는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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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 / 류미야

하늘이여

오늘도 이 나를

사하소서

양떼 같은 구름 모두

푸른 초장에 먹이시고

그 아래 삿대질하는

사람들 다

품으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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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 류미야

그렇지, 놀음이지

놀음 아닌 무엇이리

더불어 그리는 데

재는 마음 없으니

등 미는 겨울바람도

네게 가는 지름길

저물도록 해도 잊고

꽃 지도록 봄도 잊고

오로지 그 얼굴,

그 얼굴만 꽃이 되는

스무 살 풋마음 아닌 것

감히 사랑도 아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