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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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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달무리,점경,아지랭이,그리움,낙화) * 달무리 -이영도- 우러르면 내 어머님 / 눈물 고이신 눈매 얼굴을 묻고 / 아아, 우주이던 가슴. 그 자락 학(鶴)같이 여기고, 이 밤 / 너울너울 아지랭이. -------------------------------------------------------------------- * 점경 -김윤성- 흰 장미 속에 / 앉아 있었던 / 흰 나비가 꽃잎처럼 / 하늘하늘 / 바람에 날려 / 떨어질 듯 떨어질 듯 투명한 햇살 속을 / 돌고 돌더니 / 훌쩍 몸을 나려 울타리를 넘는다. -- 이 세상 하직길에 / 아쉬움만 남기고 차마 돌쳐서지 못하는 / 마지막 몸짓인 양. ------------------------------------------------- * 아지랭이 -윤곤강- 머언 들에서 / 부르는 소리..
좋은시(해바라기의비명,체념,장미,비오는창,묵화) *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청년 화가 L을 위하여 -함학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은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 * 체념 -김달진- 봄 안개 자욱히 내린 밤 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
좋은시(모닥불, 연탄한장) 안도현 / 모닥불 모닥불은 피어 오른다 어두운 청과시장 귀퉁이에서 지하도 공사장 입구에서 잡것들이 몸 푼 세상 쓰레기장에서 철야농성한 여공들 가슴 속에서 첫차를 기다리는 면사무소 앞에서 가난한 양말에 구멍난 아이 앞에서 비탈진 역사의 텃밭 가에서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 있는 곳에서 모여 있는 곳에서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얼음장이 강물 위에 눕는 섣달에 낮도 밤도 아닌 푸른 새벽에 동트기 십분 전에 쌀밥에 더운 국 말아 먹기 전에 무장 독립군들 출정가 부르기 전에 압록강 건너기 전에 배 부른 그들 잠들어 있는 시간에 쓸데없는 책들이 다 쌓인 다음에 모닥불은 피어오른다 언 땅바닥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훅훅 입김을 하늘에 불어넣는 죽음도 그리하여 삶으로 돌이키는 삶을 희망으로 전진시키는 그날까지 끝까지 울음을 참..
좋은시(푸르른날,초혼,모닥불) 서정주 / 푸르른 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김소월 /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 허공(虛空)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
좋은시(체념,장미,비오는창) * 체념 -김달진- 봄 안개 자욱히 내린 밤 거리 가등(街燈)은 서러워 서러워 깊은 설움을 눈물처럼 머금었다. 마음을 앓는 너의 아스라한 눈동자는 빛나는 웃음보다 아름다워라. 물겨가고 오는 사람 구름처럼 흐르고 청춘도 노래도 바람처럼 흐르고 오로지 먼 하늘가로 귀 기울이는 응시 혼자 정열의 등불을 다룰 뿐 내 너 그림자 앞에 서노니 먼 사람아 우리는 진정 비수(悲愁)에 사는 운명 대채로운 행복을 삼가하오. 견디기보다 큰 괴로움이면 / 멀리 깊은 산 구름 속에 들어가 몰래 피었다 떨어진 꽃잎을 주워 / 싸늘한 입술을 맞추어 보자. * 장미 -송욱- 장미밭이다 / 붉은 꽃잎 바로 옆에 / 푸른 잎이 우거져 가시도 햇살 받고 / 서슬이 푸르렀다. 벌거숭이 그대로 / 춤을 추리라 / 눈물에 씻기운 발을 뻗고서 ..
명언 (공부나 인생) 배움은 의무도 생존도 아니다. [에드워즈 데밍]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일을 해낸다면 우리 자신이 가장 놀라게 될 것이다. [토마스 에디슨] 대학은 아이디어를 얻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헬렌 켈러] 글은 병든 마음을 고치는 의사다. [아이스킬로스] 인간은 살아있기 위해 무언가에 대한 열망을 간직해야 한다. [마가렛 딜란드] 우리 모두는 인생에서 만회할 기회라 할 수 있는 큰 변화를 경험한다. [해리슨 포드] 엉터리로 배운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보다 더 어리석다. [벤자민 프랭클린] 아는 것이 힘이다. [베이컨] 만난 사람 모두에게서 무언가를 배울수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현명하다. [탈무드] 천재는 99%의 노력과 15%의 영감으로 이루어진다. [에디슨] 공부 잘한 사람마닝 사회에서 성공하는 ..
좋은시(찻숟갈, 코스모스,팔월이온다,하늘의여름,하얀눈과마을과) 찻숟갈 - 박목월 손님이 오시면 찻잔 옆에 따라 나오는 보얗고 쬐그만 귀연 찻숟갈. "손님이 오시면 찻숟갈처럼 얌전하게 내 옆에 앉아 있어."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네, 아버지." 나는 대답도 찻숟갈처럼 얌전하게 했다. 보얗고 쬐그만 귀연 찻숟갈. ---------------------------------- 코스모스 - 박경용 무얼 먹고 저리도 키가 컸을까? 하늘 먹고 컸겠지. 바람 먹고 컸겠지. 무얼 발라 얼굴은 저리 이쁠까? 햇발 발라 이쁘겠지. 달빛 발라 이쁘겠지. 하늘 먹고 바람 먹고 나보다 키클라... 햇발 발라 달빛 발라 나보다 이쁠라... -------------------------------- 팔월이 온다 - 홍우희 칠월이 아직 사는 연립 우리집 마당 개구쟁이 쓰르라미 쓰쓰 쓰르렴 쓰..
좋은시(작은약속,조그만하늘,좀좀좀좀,종소리,지층-시체놀이) 작은 약속 - 노원호 봄은 땅과 약속을 했다. 나무와도 약속을 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새싹을 틔웠다. 작은 열매를 위해 바람과 햇빛과도 손을 잡았다. 비오는 날은 빗방울과도 약속을 했다. 엄마가 내게 준 작은 약속처럼 뿌리까지 빗물이 스며들었다. --------------------------------------------------- 조그만 하늘 - 강소천 들국화 필 무렵에 가득 담갔던 김치를 아카시아 필 무렵에 다 먹어버렸다. 움 속에 묻었던 이 빈 독을 엄마와 누나가 맞들어 소나기 잘 내리는 마당 한복판에 들어내 놓았다. 아무나 알아맞춰 보아라. 이 빈 독에 언제 누가 무엇을 가득 채워주었겠나. 그렇단다. 이른 저녁마다 내리는 소나기가 하늘을 가득 채워주었단다. 동그랗고 조그만 이 하늘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