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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떠나가는 배

아침독서 10분 한국 시 수필 / 구인환 엮음 / ()신원문화사

 

떠나가는 배

 

박용철

 

나 두 야 간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가련다

 

아늑한 이 항군들 손쉽게야 버릴거냐

안개같이 물어린 눈에도 비치나니

골짜리마다 발에 익은 묏부리 모양

주름살도 눈에 익은 아, 사랑하던 사람들

 

버리고 가는 이도 못 잊는 마음

쫒겨가는 마음인들 무어 다를거냐

돌아다보는 구름에는 바람이 헤살짓는다

앞 대일 언덕인들 마련이나 있을거냐

 

나 두 야 가련다

나의 이 젊은 나이를

눈물로야 보낼거냐

나 두 야 간다

 

작품해설

 

이 시는 1930<<시문학>> 창간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당시의 현실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어디론가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을 노래한 시다. 1연에서는 눈물로 보낼 수밖에 없는 암담한 현실에서 느끼는 답답함과 어디론가 떠나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2연에서는 떠나야 한다는 이성적 판단과, 정든 고향과 사랑하던 사람들을 두고 차마 떠나지 못하는 감성적 행동 사이에서 빚어지는 서정적 자아의 고뇌와 갈등이 형상화 되었다. 3연에서 시적화자는 자신을 배에 비유하고 있으며, ‘압 대일 언덕이란 배를 댈 항구로서 정해진 목적지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정해진 목적지도 없이 정처 없이 떠나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4연은 1연을 그대로 반복하면서 의미의 강조를 꾀하고 있다.이 시의 시적 자아는 표면상으로 미래 향적인 의지를 지니고 나 두 야 가련다고 외치지만 그 내면에는 떠나지 못하는 심정이 진하게 깔려있다. 이러한 갈등은 마지막 연에 와서 눈물로 변해 버린다. 이 시를 창작 당시의 현실과 관련 시켜보면, 암울한 일제 강점 하에서 젊은이가 눈물로만 세월을 보내고 있을 수 없다고 강변하면서도 자신이 먼저 울어버리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런 모습이 바로일제 가점하의 암담한 시대를 살아가던 청년들의 모습이었다.

1연에서 나 두 야 간다로 시작해서 마지막 4연에서 나 두 야 간다로 끝맺는 수미쌍관적 구성과 동어 반복으로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독백적 어조로 띄어쓰기를 외면하고 나 두 야 간다로 시각상 표현의 강조를 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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