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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내 마음을 아실 이 -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김영랑(1903~1950)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 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 드리지.

 

!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이 시는 <<시문학>> 3(1931)에 발표된 시로 나의 마음을 나와 같이 알아줄 님을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1, 2연에서는 나의 마음을 알아주실 임에게 간절한 마음의 결정체를 보배처럼 간직했다가 보내겠다는 사랑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3, 4연에서는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날 듯이 타오르는 마음을 보내겠다는 열정적인 사랑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러나 한 편 이런 마음 이면에는 시적 화자의 이러한 소망을 지금 이루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자각이 표현되어 있다. 시적 화자의 최종적인 정서는 님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다. 이 시는 시인이 추구하는 서정성과 음악성의 표현을 전통적 정서와 결합시킴으로써, 맑고 투명하며 은근한 감성의 세계를 구현한 작품이다..

여성 화자의 섬세하고도 미묘한 마음을 4음보 운율을 기저로 하여 부드럽게 표현했다. 김영랑은 박목월과 더불어 남도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시인이다. 이 시도 남도 정서를 잘 갈고 다듬은 언어로 표현한 대표적인 시다. 영롱하게 조탁된 언어로 도란도란 속삭이는 듯한 시적 자아의 염원이 밝게 형상화되었다. 이는 시에 대한 언어적인 배려와 순수시에 대한 탐구를 보얐던 시문학파의 세계이기도 하다. 활활 타오르는 사랑의 불길을 시적으로 구상화하여 표현한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어라든가, 도치법과 직유법을 시용하여 희미론 마음불빛에 연긴 듯으로 표현한 점이 특이하다.

 

아침독서 10분 한국 시 수필 / 구인환 엮음 / ()신원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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