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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날마다 지혜로운 여자로 사는 법

가을바다를 찾아가세요

 

바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무어라 무어라 제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려 스스로 만족합니다.

봄바다는 참혹합니다. 유독 바람을 많이 타는 바다는 꺼칠꺼칠한 표정으로 봄을 맞이합니다. 지난 겨울의 편린들이 여기 저기 모래 틈에 흩어져 햇살에 반짝입니다. 그래도 봄이라고 긴장을 풀고 있습니다. 죽음을 앞둔 초로의 노인네와 같고 막 몸을 푼 임산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여름바다는 정말 요란하기 그지없습니다. 낮과 밤이 없습니다. a이 없습니다. 환경 파괴의 전시장입니다. 만용과 치기가 넘칩니다.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 먹고 마시고 질퍽하게 늘어집니다. 바캉스 베이비란 해괴한 용어도 등장합니다. 인간의 흔적이라곤 없습니다. 바가지와 무질서와 폭력뿐입니다.

세수 대야에 발 담그고 책을 읽는 여자가 되는 것은 참으로 현명한 처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반성의 계절입니다. 풀과 나무와 과실과 벼가 자라게 놓아두어야 합니다. 겨울바다는 겨울바다라서 그래도 운치가 있습니다. 겨울바다라고 또 사람들이 기웃기웃 모여듭니다. 그나마 의식적으로 나은 사람이지만, 알고 보면 대개가 휴가철이라서 달 리 갈 세가 없어 바다에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놀랄 지경입니다. 회만 먹고 갑니다. 바다의 참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포기합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바다는 풍경이 아니라 핑계입니다.

 

가을바다에는 참으로 사람이 없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똥개 몇 마리, 아이들 뿐입니다. 소음에기절했던 바다는 비로소 깨어납니다.

가을 바다는 비로소 자기 얼굴을 보여줍니다. 조금 춥고, 조금 스산하고, 조금은 초라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이끌어줍니다.

가을바다를 찾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반성할 즐 압니다. 가을바다를 찾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무섭게 질책할 줄 압니다. 남을 너그럽게 용서할 줄 알지만 자신은 용서하지 않습니다.

가을바다는 소주를 권합니다. 그리고 마음속의 분노를 씻어 내립니다. 그리고는 지평선에 자신의 희망의 깃발을 꽂아두고 조용히, 그림자처럼 사람들을 배웅합니다.

가을바다는 책을 읽습니다. 세상의 온갖 지혜를 녹여버립니다. 책이란 다름 아닌 문자에의 집착을 제거하는. 제 나름대로의 괴상망칙한 편견들을 망각하게 하는 것입니다 파도가 책갈피처럼 나풀거립니다.

 

가을바다를 찾아가세요

그 바다의 뒷모습을 보려고 노력하세요

가을바다의 조용한 시선에 젖어보세요

그리고 가을바다에서 돌아오지 마세요

 

------때로는 가을 바다가 되자-------------

가을바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이끌어 준다

가을바다를 찾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반성할 줄 안다

가을바다를 찾는 사람은 남을 너그럽게 용서할 줄 안다

가을 바다는 마음속에 분노를 씻어내여 준다

가을바다는 책을 읽는다 세상의 온갖 지혜를 녹여버린다

그리고는 지평선에 자신의 희망의 깃발을 꽂아두고 조용히, 그림자처럼 사람들을 배웅한다

 

 

날마다 지혜로운 여자로 사는 법 / 송지원 지음 / 글로 만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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