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백승의 조건
아군의 공격 능력만 알고 적군의 방어 능력을 모른다면 승률은 반반이다. 적군의 공격 능력만 알고 아군의 방어 능력을 모른다면 이 또한 승률은 반반이다. 적군의 전력과 아군의 전력을 모두 알더라도 지형을 모른다면 이 역시 승률은 반반이다
싸움을 하자면 전력을 분석해야 한다. 첫 단계로 아군의 강점과 약점, 적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조선 수군과 왜군 수군의 배를 비교하면, 조선의 판옥선은 크고 무겁고 튼튼한 반면 왜군의 배는 작고 가볍고 빨랐다. 그래서 조선 수군은 배끼리 부딪혀 충돌해 적선을 부셔버리는 전법을 썼다. 거북선의 앞부분에 있는 도깨비 모양의 돌출부는 충돌의 파괴력을 극대화 한다. 왜군은 상대편 배에 올라 백병전ㅇ르 벌인다. 기록에 따르면 “왜적이 칼을 빼어들고 배 안으로 뛰어들면 용감한 군사가 아무리 많아도 당해낼 수가 없다”라고 했다.
주무기는 조선군으노 포고, 일본은 조총이다. 조총의 유효사거리는 100보안팎인 반면, 포의 사거리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길게는 800보까지 간다. 포는 포탄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쇳덩어리를 날려 ‘부수는’방식이다. 천자포는 13센티미터 직경의 포로, 지금 11.7센티미터의 쇠구슬을 쏘았다. 천자포보다 구경이 작은 지자포, 현자포, 홍자포도있는데, 모두 사정거리가 조총보다 멀다. 그래서 원거리 전투에 유리했다.
접근전에서도 배를 잇닿아 붙여 아군의 배에 오리지 않는 한 조선 수군이 유리했다. 판온ㄱ선은 선체가 큰 만큼 높았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적을 내려다보며 조준사격을 할 수 있었다. 반면 왜군은 판옥선의 선체가 높았기 때문에 백병전을 펼치기 힘들었다. 가신히 배에 올라 백병전을 펼치려 해도 순식간에 돌진하는 판옥선과 부딪히는 순간 왜군의 배는 박살나기 일쑤였다.
단, 조선 수군은 등에 보이고 도주하는 것을 삼가야 했다. 선미에는 포가 장착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조선 수군의 장기인 포 사격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판옥선은 속도가 느려서 적에게 금방 따라잡혔다.
고려말과 조선초에 잦은 왜구의 침략으로 조선 수군은 전력 분석에 능스ᅟᅮᆨ했고, 이순신이 꾸준히 남해안의 지형을 샅샅이 조사해온 덕분에 해아선과 암초의 위치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고 있었다.
그러나 구름 없는 하늘에 비가 올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해도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 지형은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없는 외부 조건이다. 단순히 승률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완벽한 승리를 노리다면, 외부 변수까지도 완벽하게 통제하야 한다. 불리하면 피하고, 유리하면 활용해야 한다.
이순신은 임진왜란 개전 20일 만에 처음으로 함대를 출격시켰다. 첫 출동에서 3번의 전투를 치럿는데, 옥포에서 26척 합포에서 5척 적진포에서 13척의 왜군 함선을 격침시켰다. 그렇다면 아군은 얼마나 피해를 입었을까? 이순신은 장계에 이렇게 젂었다. “정병 이선지가 왼쪽 팔 한 곳에 화살을 맞아 조금 상한 것 외에는 전상자가 없습니다.” 와벽한 승리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강상구 지음/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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