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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유리창1 - 정지용

유리창 1

 

정지용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기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활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 찢어진 재초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작품 해설>

1930<<조선기광>>에 발표된 이 시는 네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네 개의 문장에서 평서형 어미 ‘~를 사용하여 화자의 정서를 차분하게 표현한 첫째, 둘째,, 셋째 문장과, 감탄자의 정서를 감상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넷째 문장이 서로 대립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는 크게 1행에서 6행까지와 7행 이후로 나눌 수 있는데 앞부분을 전반부, 뒷부분을 후반부라 하면, 전반부에서는 시적 화자와 대상이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두고 있음에 반해 후반부에서는 화자와 대상의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전반부에서 의도했던 감정의 절제가 그것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제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특히, ‘아아!’라는 정지용의 시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운 자기 표출도가 높은 감탄사와 느낌표는 시 전반부에서 자제해 온 감정이 폭발적으로 표출되었음을 의미하는 기호들이다. 이 마지막에서 저제나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려는 화자의 노력은 무너지고 격정저긴 감정의 표출이 나타난다.

1행에서 무언가 유리에 어리는 것을 화자는 차고 슬픈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23행에서 유리에 비치는 것을 차고 슬픈 것으로 인식한 화자는 유리창에 다가서고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 넣는다.그 입김은 유리에 부딪쳐 마치 한 마리 작은 새가 언 날개를 파닥거리는 것으로 보인다. 유리창을 통해 화자가 본 것은 환각이었을 것이다. 4, 5, 6행에서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는 행위는 환각을 현실로 인정하는 행위이면서 대상을 확인하는 행위다. 화자에게 있어 파닥거리는 새는 이미 환각을 넘어선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이유는 화자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기 때문일 것이다. 7, 8행에서 자신의 행위를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으로 인식한 것은 이제까지의 자신의 행위가 환각이었음을 인식하고 현실로 돌아오는 것을 뜻한다. 9행과 10행은 화자의 정서가 정잠에 이르는 부분이다. 폐혈관이 찢어진 채 날아간 산새로 인해 생긴 슬픔이다. 이 시에 대해 정지용은 자신의 어린 자식을 잃고 그 비애의 절정에서 표혀흔 것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시의 배경을 알게 되면 그 의미가 독자들에게 더 명확하게 다가온다.

 

 

 

 

아침 독서 10분 한국 시 수필 / (주)신원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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