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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아들에게, 민영

 

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

늘 약골이라 놀림받았다

큰 아이한테는 떼밀려 쓰러지고

힘센 아이한테는 얻어맞았다

어떤 아이는 나에게

아버지 담배를 가져오라 시키고,

어떤 아이는 나에게

엄머 돈을 훔쳐오라고 시켰다

그럴 때마다 약골인 나는

나쁜 짓인 줄 알면서도 갖다 주었다

떼밀리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얻어맞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생각햇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떼밀리고 얻어맞으며 지내야 하나?

그래서 나는 약골들을 모았다

모두 가랑잎 같은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더 이상 비굴할 수 없다

얻어맞고 떼밀리며 살 수는 없다

어깨를 겨누고 힘을 모으자

처음에 친구들은 주춤거렸다

비실대며 꽁무니빼는 아이도 있었다

일곱기 가고 셋이 남았다

모두 가랑잎 같은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약골이다

떼밀리고 얻어맞는 약골들이다

그러나, 약골도 뭉치면 힘이 커진다

가랑잎도 모이면 산이 된다

한 마리의 개미는 짓밟히지만,

열 마리가 모이면 지렁이도 움직이도

십만 마리가 덤벼들면 쥐도 잡는다

백만 마리가 달려들면 어떻게 될까?

코끼리도 그 앞에서는 뼈만 남는다

떼밀리면 다시 일어나자!

맞더라도 울지 말자!

약골의 송곳 같은 가시를 보여주자!

내가 너만한 아이였을 때

우리나라도 약골이라 불렸다

왜놈들은 우리 겨레를 채찍질하고

나라 없는 노예라고 업신여겼다

<엉겅퀴꽃> 창작과 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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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1 - 나태주

 

내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추운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추운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내가 가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더욱아니 내가 비천한 사람이라면

나보다 더 비천한 사람을

생각하게 하여 주옵소서

그리하여 때때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하게 하여주옵소서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나는 지금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눈물난다> 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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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 - 송수권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서 위로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슬픔을 나누고자 하는 사람에게서 슬픔을

나누는 사람은 행복하다

더 주고 싶어도

더 줄 것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렇게도 젊은

날을 헤매인 사람은 행복하다

오랜 밤의 고통 끝에 폭설로지는 경루밤을

그대 창문의 불빛을 떠나지 못하는

한 사내의 그림자는 행복하다

그대 가슴속에 영원히 무덤을 파고 간 사람은

더욱 행복하다

아, 젊은 날의 고뇌여 방황이여

책 :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도종환엮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