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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언어의 온도

분노를 대하는 방법

 

분노는 인간의 보편적 감정인지 모른다. 살다 보면 누구나 상대방을 죽일 듯이 무어뜯고 싶은 순간이 있고 그런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화를 참지 못해 크나큰 화를 당하기도 한다

 

극지에 사는 이누이트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온다. 미움, 원명, 서러움으로 얽히고 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어느 책에서 이 얘기를 읽고는 내 분노가 훑고 지나간 스키드 마크를 되짚어 보았다. 가끔은 노여움을 놓아주지 못하고 붙잡으려 한 것 같아서, 그런 기억이 떠올라서 얼굴이 불그스레 달아올랐다.

그리고 어저면 활활 타오르던 분노는 애당초 내 것이 아니라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서 잠시 빌려온 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라는 냉각기를 통과해서 화가 식는 게 아니라, 본래 분노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 것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빌려온 것은 어차피 내 것이 아니므로 빨리 보내줘야 한다.

격한 감정이 날 망가트리지 않도록 마음속에 작은 문 하나 쯤 열어 놓고 살아야 겠다. 분노가 스스로 들락날락하도록 , 내게서 쉬이 달아날 수 있도록.

 

언어의 온도

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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