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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세계의 명시

옛날과 지금

 

나는 생각한다, 내가 태어난

그 집을 생각하노니

아침이 되면 햇살이

살짝 엿보던 작은 창

그 윙크는 너무 빠르지도 않았고

또한 너무 길었던 적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에는 밤의 숨결을

멈추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곤 한다

 

나는 생각한다, 붉은 색과 흰 색의

그 장미를 생각하노니

그리고 제비꽃과 백함화

빛으로 빚어진 그 꽃들을 생각한다

로빈새 둥지 짓는 라일락 떨기 속

내 동생이 제 생일에

금련화 심은 그곳을 생각하노니

그 나무는 지금도 남아 있다

 

나는 생각한다, 언제나 그네 뛰던

그곳을 생각하노니

그네 뛰며 나는 늘 하늘을 나는 제비도

이처럼 시원한 바람을 느끼리라 생각했다

그 시절 내 마음은 가벼웠으나

지금의 내 마음은 무겁기만 하여

여름날의 풀장도 나의 흥분을

깨우쳐 줄 수는 없다

 

나는 생각한다, 검고 높다란

전나무를 생각하노니

그 가느다란 가지는 하늘 끝까지

뻗었으리라고 항상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철없는 어린아이의 생각이었으나

지금에는 기쁨이란 거의 없나니

아이였던 때보다 천국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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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루의 떡갈나무가

루이지애나에서

나는 한 그루의 떡갈나무가 자라는 것을 보았다

나무는 홀로 서 있었고

가지에서는 이끼가 드리우고 있었다

친구도 없이 그것은 기쁨의 말 지껄이듯

짙푸른 잎새들 수런거리며 자라고 있었고

그 거칠고 밋밋하고 튼튼한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을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도 없이 홀로 서서

어떻게 기쁨의 말처럼

잎새를 수런거리게 하는지 궁금하였다

나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나는 잎새가 달리고 이끼가 잠긴

잔 가지를 꺾어가지고 와서

내 방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내 절친한 친구들을 생각하기 위해

그것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그 가지는 그래도 하나의 불가사의한 표지

내게 우정을 생각나게 한다

그럼에도 한 그루의 떡갈나무가 루이지애나의

넓은 들판에서 홀로 햇볕에 번득이고 있지만

평생 친구나 애인도 없이 기쁨의 말처럼

잎새를 수런거리지만

도저히 나는 그를 흉내낼 수 없다.

휘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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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하나

나는 당신의 커다란 별이 좋았다

당신의 마음을 몰라 부를 수 없었지만

달 밝은 밤

온 하늘에 깔린 달빛 속에서도

당신은 당신대로 찬란히 빛났다

오늘밤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온 하늘을 찾아보아도

바늘만한 빛조차 찾을 수 없어

머리 숙여 돌아오는 길 옆

버드나무 꼭대기에 걸린

빛나는 당신을 보았다.

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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