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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 사뮈엘 베케트

 

고도는 누구일까를 연신 생각하며 읽었다

끝날 때 까지 고도는 누구인데, 왜 안올까를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 대사가 끝났을 때, 허를 찔렸다.

 

작품 해설을 읽어보면, 작가는 인터뷰에서 고도의 정체에 대해 확실히 알았다면 글에 써놨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읽는 이들에 따라서는 현재진행형의 기다림의 대상일 수도 있고, 끝내는 나타나지 않을 무엇일 수도 있으며, 우리가 붙들고 사는 희망같은 잡히지 않는 대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블랙 코미디라는데, 웃긴 장면도 더러 있지만, 나는 이해가 잘 안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래서 쓱쓱 빨리 넘겨 가며 읽기도 했다.

기억나는 부분은 3 컷 정도 아래와 같다.

 

인물들이 계속 기다리기만 하면서 시간을 때우는 부랑자의 모습은 나의 최근을 보는 듯 하여 부끄럽기도 했다

누구라도 기다리는 것이 있을 때는 그 기다림밖에는 할 일이 없겠지만, 50년이나 지속된 기다림 속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말을 한다는 점은 나와는 좀 다르다.

말이라도 했어야 하나?

발전된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는 이성을 계속 사용해야하고, 일을 해야하고, 고도라는 것을 찾아 어디론가 나서는 것 같다. 소설에서는 나무 아래로.

나무가 십자가라고도 해설이 나오는데, 그렇다면 고도는 안식과 천국이다. 그래서 쓸쓸하다. 인간이 하느님 앞에서 이렇게도 지루하게 시간이나 보내야되는 존재인가 하고 생각들었으니까.

나무가 십자가가 아니라면 또 어떤가. 대답도 정답도 없는 기다림이라면은 인간이 지구에 태어난 것이 지옥에 갖힌 것이라는 생각 밖 에는 안든다.우리는 어떤 것 앞에서는 부랑자일 수 밖에 없는가

 

잘모르겠지만 이 연극이 그 시절에 인기가 많았었다는 데 대해 나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나 비교를 해보고 싶다. 또 읽어보고싶기에..

나는 못봤지만 연극으로도 50년째 올라오는 중이라고 한다

십오년도 더 전에 사다놓은 이 책이 이제야 나한테 읽혀 흥미롭다는 점에서 이제야 나도 세상물정 좀 알아가나보다 한다

 

 

<기억나는 부분>

1) 블라디미르 : 확실한 건 이런 상황에선 시간이 길다는 거다.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 우린 온갖 짓거리를 다해가며 시간을 메울 수밖에 없다는 거다. 뭐랄까 얼핏 보기에는 이치에 닿는 것 같지만 사실은 버릇이 되어버린 거동을 하면서 말이다. 넌 그게 이성이 잠드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짓이라고 할지 모르지. 그 말은 나도 알겠다. 하지만 난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이성은 이미 한없이 깊은 영원한 어둠 속을 방황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야. 너 내 말 알아듣겠냐? p.134

 

2) 블라디미르 : 우린 기다리고 있다, 우린 지루하다. 아니, 반대하지 마라! 지독하게 지루하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으니까. 그런데 심심풀이를 할 일이 코앞에 나타났는데 우린 뭘 하고 있는 거지? 그냥 썩히고 있잖느냔 말이다. , 시작하는 거다. 조금 있으면 모두들 사라지고 우린 다시 외톨이가 되겠지, 이 허허벌판 한가운데서. p.135

 

3)

블라디미르 : 무슨 말이든 해보라니까!

에스트라공 :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블라디미르 : 고도를 기다리고 있지.

에스트라공 : 참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