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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정선생이 뽑은 한국과 세계의 명시 133, 아테나 / 한국독서연구회 엮음

마리에게 보내는 소네트

한 다발 엮어서

보내는 이 꽃송이들

지금은 한껏 피어났지만

내일은 덧없이 지리

그대여 잊지 말아요

꽃처럼 어여쁜 그대도

세월이 지나면 시들고

덧없이 지리, 꽃처럼

세월이 간다, 세월이 간다

우리도 간다, 흘러서 간다

세월은 각 흙 속에 묻힌다

애끓는 사랑도 죽은 다음에는

속삭일 사람이 없어지리니

사랑하기로 해요, 나의 꽃 그대여

롱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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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과 지금

 

나는 생각한다, 내가 태어난

그 집을 생각하노니

아침이 되면 햇살이

살짝 엿보던 작은 창

그 윙크는 너무 빠르지도 않았고

또한 너무 길었던 적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에는 밤의 숨결을

멈추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곤 한다

 

나는 생각한다, 붉은 색과 흰 색의

그 장미를 생각하노니

그리고 제비꽃과 백함화

빛으로 빚어진 그 꽃들을 생각한다

로빈새 둥지 짓는 라일락 떨기 속

내 동생이 제 생일에

금련화 심은 그곳을 생각하노니

그 나무는 지금도 남아 있다

 

나는 생각한다, 언제나 그네 뛰던

그곳을 생각하노니

그네 뛰며 나는 늘 하늘을 나는 제비도

이처럼 시원한 바람을 느끼리라 생각했다

그 시절 내 마음은 가벼웠으나

지금의 내 마음은 무겁기만 하여

여름날의 풀장도 나의 흥분을

깨우쳐 줄 수는 없다

 

나는 생각한다, 검고 높다란

전나무를 생각하노니

그 가느다란 가지는 하늘 끝까지

뻗었으리라고 항상 나는 생각했다

그것은 철없는 어린아이의 생각이었으나

지금에는 기쁨이란 거의 없나니

아이였던 때보다 천국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음을 나는 알기 때문이다

 

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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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개비 사랑

고요한 어둠이 깔리는 시간

성냥개비 세 개피에

하나씩 하나씩

불을 붙여 본다

하나는 당시늬 얼굴을 비추기 위해

또 하나는

당신의 눈을 보기 위해

마지막 하나는

당신의 입술을

그 후엔

어둠 속에서

당신을 포옹하며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한다

프레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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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파리

세 개의 성냥불이 하나씩 밤을 켠다.

첫 번째는 네 얼굴을 보기 위해,

두 번째는 네 눈을 보기 위해,

마지막 것은 네 입을 보기 위해,

그 다음의 깜감한 암흑은 내 너를 껴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

나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