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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 유치환 - (그리움,일월,처량가)

그리움



오늘은 바람이 불고

나의 마음은 울고 있다.

일찌기 너와 거닐고 바라던 그 하늘 아래 거리 언마는

아무리 찾으려도 없는 얼굴이여.

바람 센 오늘은 더욱 더 그리워

진종일 깃발처럼 울고만 있나니



오오. 너는 어드메 꽃같이 숨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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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을소냐.

머언 미개적 유풍(遺風)을 그대로

성신(星辰)과 더불어 잠자고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아된

삼가 애련(愛憐)에 빠지지 않음은

─그는 치욕임일레라.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게

가장 옳은 증오를 예비를하였나니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느 물의에 짐승처럼 무찔리기로



오오, 나의 나의 세상의 거록한 일월에

또한 무슨 회한인들 남길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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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량가(처량歌)



─정향에서

고추잠자리 고추잠자리

무슨 보람이 이뤄져 너희 되었음이랴

노을 구슬 비껴 뜬 석양 하늘에

잔잔히 눈부신 마노(瑪瑙)빛 나래는

어느 인류의 쌓은 탑이

아리아리 이에 더 설우랴



더없는 목숨이래

소망일량 아예 갖지 않으며

요지경같은 요지경같은

높게 낮게 불타는 나의



─노래여

뉘우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