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한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따뜻한 밤이 되네
시집 한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 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한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하나 없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사랑
-이정하-
마음과 마음 사이에
무지개가 하나 놓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은
미처 몰랐다.
말의 빛
-이해인-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말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 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없는
푸르른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빛
사랑한다는 것으로
-서정윤-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꺽어
너의 곁에 두려 하지 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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