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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좋은시(탑 나뭇잎, 천안함, 허공)

<허공> .(康俊豪)

 

 

허공에는 소리가 없다.

다만 허공에 생명이 아닌 무언가가 존재할 뿐이다.

한 낮 시간이 다 되어서야 새는 허공에 몸을 감추고...

없는 허공 소리 없는 장소에 몸을 감춘다.

 

 

예상을 하지 못하던 허공의 지진이..

마치 둥지를 달콤하게 파멸시킬때..

새들은 다시 소리도 장소도 없는 허공으로 이동해야만 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새를 보는 한 청각 장애인이 말을 한다.

그 한테는 허공에 소리가 없다.

시각으로 허공의 어둠을 두 팔을 벌려 맞이할 뿐이다.

 

 

검은 안개 소리없는 허공에 새들의 모습이 감추어질떄

가야만 한다....

다음날 맑은 바람의 온기와 무의 허공을 향해 가야만 한다.

허공없는마지막까지 새들은 가야만 한다.

 

 

혹 검은 안개 자옥할떄.

새들은 이동하여 결국 소리있는 허공에 도달했을떄

차라리 물속으로 이동하여...

새들은 결국 안개 아닌 죽음을 반갑게 맞이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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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글.(康俊豪)

 

 

그대가 있어도 대지의 자연의 순환조차

꺽지 못할 지면

그대들은 그렇게 한 바람이 아닌 나뭇가지에 걸린

비둘기조차 물어다 주지 못할 그런 보이지 않은 영혼이 걸리어있다.

 

 

푸른 바다는 햇빛을 받아

그저 지나가는 기러기와의 조화를 이룰뿐

바다들아 차가운 숨결 아래 차가운 기운조차 못느낀다면

차라리 숨 조차 쉬진 말아라.

 

 

그렇게 바다의 품에 뛰어내리어

산소조차 허락되지 못하던

차가운 품아래 대지 조차 숨 쉬진 말아라

 

 

이별가는 소리에.

생명의 불이 꺼질 무렵.

바다의 무한한 품에 그것들은 단지 생명꺼진 물체가 되더라도.

 

 

밀려오는 파도의 소리..

썩은 칼날진 소리조차 허락하지 않는 이밤

이미 어디선가 태극기는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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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나뭇잎 글.(康俊豪)

 

 

 

사랑 하는 법을 잊어 버렸기에...

사나이는 빈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목표없이 그저 걷습니다..

 

 

지금은 한참 눈보라가 오는 때..

생기없는 나무는 일렬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주위에 앙상한 팔 가지를 내밀며 그 딱딱한 것들은..

사나이의 슬픈 감정을 모르기에..

사나이는 슬픕니다..

 

 

문듯 한 가지나무 꼭대기에 이미 색조차 못 내는 나뭇잎 하나.......

눈에 이겨내어 동료들이 죽어서도 홀로 버티는 나뭇잎 하나..

사나이는 그저 목숨의 벼랑 칼끝에 선 나뭇잎을 보며..

부끄러울 따름 아무 감정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저 나뭇잎도 동료 곁으로 갈 테지요..

그렇게 그들은 생명의 불을 테우고 다음날의 봄을 계약하며..

지금은 단지 갈라져버린 갈색의 쓰레기여도..

그건 그 다음의 행복을 위한 희생입니다..

 

 

사나이는 문득 없는 주머니 손을 빼고..

다시 뒤돌아가는 깊은 눈 발자국 속,

무성한 나뭇잎 깊이 박혀 있다는 것을 알았을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