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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하루 한 문장

나태주 - 혼자서도 별인 너에게

사랑.2

 

 

목말라 물을 좀 마셨으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유리컵에 맑은 물 가득 담아

 

잘람잘람 내 앞으로 가지고 오는

 

 

창밖의 머언 풍경에 눈길을 주며

 

그리움의 물결에 몸을 맡기고 있을 때

 

그 물결의 흐름을 느끼고 눈물

 

글썽글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아주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는

 

한 마디 말씀도 이루지 아니했고

 

한 줌의 눈짓조차 건네지 않았음에도.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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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는 한 사람씩 우주공간으로 흐르는 별이다. 머인 하늘 길을 떠돌다 길을 잘못 들어 여기 이렇게 와있는 별들이다. 아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서로 그리워하고 소망했기에 여기 이렇게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 별들이다.

 

 

그러니 너와 나는 기적의 별들이 아닐 수 없다. 하늘 길 가는 별들은 다만 반작일 뿐 서러운 마음 외로운 마음을 가지지 않는 별들이다. 그러나 오리는 순간순간 외로워하고 서러워할 줄 아는 별들이다. 안타까워할 줄도 아는 별들이다. 그러니 우리가 얼마나 사랑스런 별들이겠는가!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잠시 그렇게 머물다 가기 바란다. 오직 사랑스런 마음으로 기쁜 마음으로 내 앞에 잠시 그렇게 있다가 가기 바란다. 굳이 재촉하지 않아도 이별의 시간은 빠르게 오고 우리는 그 명령을 따라야만 한다. 그리하여 너는 너의 하늘 길을 가야 하고 나는 또 나의 하늘 길을 열어야 한다.

 

 

우리가 앞으로 다시 만난다는 기약은 바랄 수도 없는 일이다. 어쩌면 이것이 처음으지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겠다. 그리하여 우리는 앞으로도 오래 외롭고 서럽고 안타깝기까지 할 것이다. 부디 너 오늘 우리가 이 자리 이렇게 지극히 정답게 아름답게 만났던 일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오늘 우리의 마남을 기억한다면 앞으로도 많은 날 외롭고 서럽고 안타가운 순간에도 그 외로움과 서러움과 안타까움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나도 하늘 길 흐르다가 멀리 아주 멀리 반짝이는 별 하나 찾아낸다면 그것이 진정 너의 별인 줄 알겠다. 나의 생각과 그리움이 머물러 그 별이 더욱 밝은 빛으로 반짝일 때 너도 나를 알아보고 나를 향해 웃음 짓는 것이라 여기겠다. 앞으로도 우리 오래도록 반짝이면서 외로워하기도 하고 서러워하기도 하자.

 

 

오늘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헤어지고 난다면 어디서 또 다시 만난다 하겠는가? 잡았던 손 뿌리치고 나면 언제 또 그 손을 잡을 날 있다 하겠는가? 너무도 사랑스럽고 어여쁜 너. 오직 기적의 별인 너. 많이 반짝이는 너의 별을 데리고 이제는 너의 길을 가라. 나도 나의 길을 가련다. 아이야, 오늘은 여기서 안녕히! 나에게도 안녕히!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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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고백

 

 

내가 가진 것을 주었을 때

 

사람들은 좋아한다

 

 

여러 개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보다

 

하나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

 

더욱 좋아한다

 

 

오늘 내가 너에게 주는 마음은

 

그 하나 가운데 오직 하나

 

부디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는 말아다오.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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