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 : 하루 한 컷

북천 강변에서

이사 온 이후로 심심하면 북천으로 산책을 간다

처음에 며칠은 걸어갔는데, 요즘엔 자전거를 타고 간다

걷기가 참 고되다

 

북천에 가면 이 역사 저 역사 다 있다

오래 살아온 지역이라 어릴 때 부터 봐온 것들이 많다

특히 공연장에서 있었던 가수들 노래부르는 모습은 청소년기에 참 즐거움을 주었고

아빠는 무대에서 노래 솜씨로 상도 타셨다고 한다

그리고 넓은 강변에서 이루어지는 축제들은 해마다 구경거리가 된다

다 커서는 조카와 뛰어놀던 것도 있고

목화가 홍수에 쓸려간 일이나

벚꽃이 피는 해마다 바람을 쐰 일이나

정자에서 자장면을 시켜먹었던 산악회의 일이나

이것이 전부인가 하니

 

요즘에는 카라반이라는 것이 눈에 든다

나는 별 흥미가 없었는데, 엄마도 그러고 남동생도 그러고 카라반 한 번 타보고 싶으시단다

그러는 사이 오늘은 가만히 카라반 댓수를 세어보았다

총 15대

 

상주 인구가 10만이 안되는데 카라반이 강변에만 15대나 있다니

부자 참 많다

 

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와인 가게 앞을 취해서 여럿이 지나가시는데

그 옷차림이 어찌나 화려하시던지

눈을 두는 곳들은 와인 간판이었으니

이 동네 젊은이들은 어디서 그렇게 술값이 생기는지

또 그많은 새 차들은 어디서 어떻게 구해서 굴러다니는지

아파트는 높이 높이 멋지게 솟아나는데 내 집은 한 채 없고

 

나는 빚진건 없지만

 

그래도 그 모습들이 기죽게도 만들고 마음을 흔들기도 하고 중요한 결심에 한 발짝 더 다가가게도 만들었다

 

나이들면 상표(상품의 브랜드)를 보게 된다는 옛말을 떠나서

당장에 50대가 되어서 닥칠 임플란트 비용만 해도

요즘까지 내가 벌어온 월급만 모아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수급자가 되는 길이 더 편한길일지도 모르겠다는 무섭고 안일한 생각까지 한다

 

우리는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카라반을 보며 든 생각은 즐거운 생각이었는데,

돈벌이를 하며 살다보니 드는 생각은 앞날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

 

건강히 행복하게 잘먹고 잘살기 위해,

나는 내 결심을 굳게  지켜가도 부족해

 

  

 

 

 

 

 

 

'사진 : 하루 한 컷'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랑스 자수 작품 3  (0) 2020.07.05